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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삼정지기박미희
댓글 0건 조회 451회 작성일 18-11-12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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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육아」 지원방안을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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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요양시설 삼정원장

 

김영주

 

 

 

문재인정부가 육아휴직자에게 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깎아준다는 소식이다. 육아휴직을 쓰는 여성이 자녀를 더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이다. 그것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일·가정양립지원 정책평가와 정책과제보고서’(연구원 박종서·김문길·임지영)에서 나온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보고서 내용 중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 복지실태 자료’를 보면 출산경험이 있는 20~40대 기혼여성 4,2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쓴 여성의 출산확률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여성들보다 1.3배 높았다는 내용이 있다.

 

국회는 원래 유아휴직자에 대해서 휴직기간 건강보험료를 거두지 않는 쪽으로 개정하려 했으나, 건강보험료를 완전히 면제하면 건강보험 가입자격 자체를 상실하게 되는데다 휴직기간에도 의료기간을 이용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에 건강보험료를 면제하기는 어렵다는 정부의 반대의견에 따라 유아휴직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바꿨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 간 대략 80조원을 저 출산 정책에 쏟아 부었다. 저 출산의 원인은 다양하다. 출산율 저하는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기적인 대책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필자는 그 대책의 하나로 ‘황혼육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함을 말하고 싶다. 요즘은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육순, 칠순 잔치가 민망할 정도로 어른들이 건강하게 사는 시대가 되었다. 건강하게 살다보니 맞벌이하는 자식 며느리들을 위해 그들의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새로운 육아 및 가사 형태의 신조어가 생겨났는데 이를 ‘황혼육아’라고 한다.

 

필자는 아직 두 자녀가 결혼을 안 해서 그런 일은 없으나 자녀들을 결혼시킨 주변 친구들을 보면 벌써 황혼육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는 푸념들이다. 딸을 시집보내고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이야기이다. 자기 집사람이 손주들의 육아를 맡다보니 친구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처지가 되었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년퇴직을 하면 부부가 같이 해외여행도 하고 취미생활도 즐기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계획한다. 그러나 자식들 키워서 결혼시키고 이제는 유유자적하게 살 나이에 또 육아를 책임지는 상황이 인생을 더 비참하게 한다.

 

보건복지부의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의 양육을 부모에게 맡기고 있는 비율이 65.6%이다. 부부 열 쌍 중 여섯 쌍 이상이 육아를 부모에게 맡기고 있다.

 

요즘 자녀들은 대체적으로 결혼을 하면 독립을 한다. 자기들만의 보금자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맞벌이하는 자녀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키우기에 너무 벅차다.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보모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러니 자연히 부모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어려운 자녀의 요청을 피할 수가 없다. 아이들을 돌보지 않게 되면 자식들이 맞벌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손주들을 가끔씩 보면 더할 나위 없이 예쁘고 사랑스럽겠지만, 그것이 일로써 수년간 계속되다 보면 아주 힘든 일이 된다. 이는 노년의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노후설계를 방해한다. 무릎이나 손목에 부담을 주고, 퇴행성관절염이나 척추질환도 악화시키고 우울증까지도 동반한다. 또한 양육방법에 따른 자식부부와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우유는 제시간에 정해진 양만 먹이기’ ‘낮잠은 정해진 시간에만 재우기’ ‘유기농 음식만 먹이기’ 등 육아서적에 나오는 내용에 따라 잔소리하는 자녀 또는 며느리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어쩌다 아이가 울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자녀들은 속상해서 부모에게 퍼붓고 화를 내니 서운하기 짝이 없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황혼육아로 육체적·정신적 증세를 얻은 상태를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로 선정했다.

 

언젠가 연합뉴스에 경기도 성남에 사는 박 모(53세)씨가 소개되었다. 박 씨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 하소연했다. 박 씨는 “작년에 시어머니가 치매가 와서 요양병원에 있어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데, 손주까지 봐야 하니 내 처지가 서글플 때가 있다”며 “가끔은 손주를 보고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있으면 화가 울컥울컥 치민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손주가 있는 가구의 절반 이상은 황혼육아를 경험한다. 주된 이유는 맞벌이가구의 증가에 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30대 가구 중 가계의 맞벌이 비중은 44.6%에 이른다. 젊은 세대가 맞벌이를 지속하려면 어린 자녀를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황혼육아는 증가추세지만 경제적 보상은 적다. 손주를 돌보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체력의 소진을 고려하면 고강도의 노동인데 무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15년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 500명 중 자녀 양육비를 받지 않는 112명을 대상으로 이유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는 '자녀가 경제적으로 빨리 안정됐으면 해서'(52.7%)라고 답했다. 뒤를 이어 내 손주이므로 양육비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37.5%)였다.

 

또한 조부모는 손주를 돌보며 제일 힘든 건 '체력적 한계'(55.6%)라고 답했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4년간 일주일에 9시간 이상 손주를 돌본 60세 전후 노인 1만여 명을 조사했더니 동년배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5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 10명 중 7명은 여건만 된다면 손주를 그만 돌보기를 원했다.

 

황혼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제도 개선 및 관련 정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육아는 이미 사적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이다. 정부가 주당 40시간 이상 근로하는 맞벌이 부부에 한해서 조부모의 양육수당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은 지난해 12월 '할마할빠법(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손자·손녀를 돌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조부모가 손자·손녀와 동반할 경우 공공시설이나 여가문화시설 이용료를 감면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어떤 전문가는 “정부가 어린이집 보육료는 지원하면서 조부모의 육아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도 조부모의 육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호주는 이미 ‘조부모 아이 돌봄 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고령화와 육아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3세대 동거’ 지원방안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대기업이나 은행들에서는 직장에서 최고수준의 어린이집을 운영하여 여직원들이 안심하고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육아문제만 어느 정도 해결되면 출산율도 조금은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건강보험료를 인하하는 것도 저 출산 대책이겠지만 황혼육아에 따른 경제적 지원방안도 저 출산 정책의 일환임을 알아야 한다. 다행히 서울 강남구나 서초구에서 시범사업으로 ‘손주 돌보미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아이를 맡기는 엄마, 아이를 봐주는 친정엄마 모두가 육아의 부담에서 벗어나는 사회적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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