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티 우리사는 이야기

우리사는 이야기

성산 김영주원장님 신문기고 활동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삼정지기박미희
댓글 0건 조회 613회 작성일 18-03-05 08:02

본문

말발
 
 
 

_copy5.jpg 
사회복지법인 삼동회 삼정원장
성산 김 영 주(도영)

 
 
 

말발이란 듣는 이로 하여금 그 말을 따르게 할 수 있는 말의 힘이다. 시대가 갈수록 말과 글은 중요해졌다. 현대사회에서도 길 가는 국민이 말 한마디 하면 사람들이 별로 신경을 안 쓰지만 정치인이나 사회적 지도자들이 말 한마디 하면 귀 기울여 듣는다. 옛날에는 이것이 훨씬 심했다. 권력자가 아니면 글쓰기 자체가 상당히 위험함 일이던 시절도 있었다. 과거와 달리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비교적 자유롭게 말과 글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권력을 쥔 사람이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오히려 권력을 가지게 된다.

 
 

요즈음 방송이나 신문을 보면 정치인이나 방송인들 또는 지식인들의 말발이 장난이 아니다. 말과 글의 홍수시대이다. 어찌나 말을 잘하는지 말로 치면 최고의 인격자나 위대한 영웅인 듯 착각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들의 말을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면 인간의 욕망과 자기위주의 사고방식,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나 상황이 정의라고 우기는 면을 발견할 수 있다.

 
 

말발은 상대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아무리 힘주어 자기의 주장을 펴도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하나마나이다. 오히려 그것은 그 사람의 선입견을 만들어 버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즉 말발은 대중적 이여야 하고 중립적이어야 하고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고 하는 말이어야 중력이 발생한다.

 
 

요즈음은 말발이 잘 안 먹힌다고 한다. 필자가 잘 아는 어떤 국회의원의 말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사회가 점점 평등해 지기 때문이다. 국민을 움직이게 하려면 그만큼 말발에 진리성과 진실성, 공익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제 국민은 정치인이 하는 말에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하는 지혜로움이 향상되었다.

 
 

역사적으로 말발이 가장 센 인물을 꼽을라치면 필자는 서희(徐熙.942 ~ 998)를 꼽겠다. 서희는 고려의 외교가로 거란(契丹)의 내침 때 서경(西京) 이북을 할양하고 강화하자는 안에 극력 반대의 입장에 섰고 자진해서 국서를 가지고 적장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거란 군을 철수시켰다. 그 후 여진을 몰아내고 지금의 평북 일대의 국토를 완전히 회복했던 인물이다.

 
 

서희는 국제 정세를 읽는 눈이 탁월한 외교관이었다. 불리한 처지에서 벌인 담판이었지만, 송나라와 거란이 전쟁 중인 관계를 잘 이용했다. 그래서 거란이 고려 정복에 큰 힘을 쏟기 어렵고, 고려를 견제하는 것에 만족하리라 판단하여 오히려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 것이다.

 
 

옛말에 구시화복문(口是禍福門)이란 말이 있다. ‘입이 화와 복을 장만하는 근거’라는 의미이다. 본래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는 말에 복(福)이라는 말을 첨가하여 입이 화근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도 장만할 수 있다는 긍정적 의미도 부여한 문구이다. 사람의 입이 화를 불러오는 문이 되기도 하고 복을 불러오는 문이 되기도 하므로, 함부로 말하지 말고 신중하게 말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을 잘못하면 큰 재앙을 불러오기도 하고, 말을 잘하면 큰 복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것은 말이 복을 가져온 경우요, 자나 깨나 말조심이란 것은 입이 화를 불러오기 쉽다는 뜻이다.

 
 

또 서양에 '두더지가 파놓은 흙 두둑을 산으로 만들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과장하지 말라는 뜻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문인들이 소설을 쓸 때 일반의 흥미를 끌기 위해 소인이나 악당의 심리와 행동을 지나치게 그려내어 더할 수 없는 악인을 만드는 것은 좋지 못한 인연의 씨가 된다 하였다. 또 옛 사람의 역사를 말할 때에나 지금 사람의 시비를 말할 때에 실지보다 과장해 말하지 말라고 했다. 상품도 과장광고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이 시대에, 하물며 사람의 역사나 시비를 과장하는 행위나, 독자층이 넓은 출판물이나 대중 언론의 과장 행위는 무거운 악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최상급의 단어로 극단적인 주장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은 진리를 왜곡하지 않기 위해서나 판단력을 의심 받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과장하는 사람은 스스로 품위를 해치고 지식이나 판단의 편협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방송에서 가끔 시청률을 의식해 극중 인물을 지나치게 과장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공의 인물에 대해서도 인과(因果)의 원리를 적용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시청자나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과도하게 반응하게 되거나 악한 마음을 갖게 되므로 간접적으로 업을 짓게 되는 것을 방지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사항에 따라 과장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심하면 본질을 벗어나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또한 빈말로 남에게 무엇을 준다든지 또는 많이 주었다고 과장하여 말하지 않아야 한다. 그 말이 도리어 빚이 되고 덕을 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인들이 진리나 자신이 믿는 절대자에게 기도를 할 때도 빈말로 맹세하지 말아야 한다. 진리나 위대한 성자를 속이는 말은 무서운 죄고의 원인이 된다. 스페인의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은 <세상을 보는 지혜>에서 과장은 거짓말과 가까운 사이라며 과장되게 말하는 것을 경계했다. 과장하는 말에는 진실이 없다. 언젠가 진실이 드러나면 설 곳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어떤 사미가 늙은 비구의 경 읽는 소리를 비웃어 개 짓는 소리 같다고 했다. 비구가 사미에게 곧 참회토록 하여 사미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만은 면하게 했으나, 개로 몸을 다시 받아 태어나는 것만은 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도에 벗어난 말 한마디의 해가 이처럼 크다.

 
 

우리나라 역사나 세계사에서 볼 수 있듯이 말발이 좋아서 성공한 사람들도 많지만 말은 세게 하는데 빈말이 많아서 실패한 사람들도 많다.

 
 

이제 국회의원보궐선거와 지방선거가 4개월도 남지 않았다. 서로가 적임자임을 내세우나 국민들은 의식수준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과장된 말이나 빈말(空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후보들은 명심해야 한다. 진정한 말발로 승부하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